墨 松 韻
백범영 초대전

2021.10.20~10.26  무우수갤러리 3-4F

붓에 먹을 듬뿍 찍어 화선지 위에 대고 선을 죽 그어 올린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죽 긋다가 쉬고, 구불거리다가 획 틀어 긋는다. 줄기의 체감률을 고려해서 그 선을 따라 조심조심 내린다. 그루터기와 옹이를 그리고 올라가 다시 가지를 붙인다. 이리저리 굽은 가지를 구조적으로 엮는다. 여러 갈래 나와서 겹치기도 하고, 죽 벋어나가기도 하며, 울퉁불퉁 생기기도 하고, 기묘한 형상을 닮기도 한다. 가지는 규룡(虯龍)을 따르고 잎은 부채꼴로 그린다. 가지 끝에 빠른 속도로 가는 잎을 촘촘히 긋는다. 무수히 많은 선을 겹친다. 끈기가 필요하다. 거친 줄기를 용린(龍鱗)처럼 새긴다. 붉은색으로 칠하고 백록(白綠)으로 태점(苔點)을 가한다. 푸른 잎은 쪽[藍]으로 담채(淡彩) 한다. 마른 가지를 곁들인다. 우람한 바위를 옆에 앉히면 신송(神松)이 완성된다. 창염(蒼髥)이 청운(靑雲)을 흔든다.


한국의 화가라면 으레 어렵지 않게 묵송(墨松)을 그릴 줄 안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흉중(胸中)에 유전인자로 자리를 잡은 나무다. 사람이 태어나면 솔가지로 금줄을 치고, 자라면서 소나무 등걸을 타고 놀았으며,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며, 소나무 불로 익힌 밥으로 끼니를 잇고, 소나무로 군불 땐 방에서 잠을 자고, 죽어서는 소나무로 짠 관속에 들어가는 것이 한국인의 일생이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소나무의 향기를 맡으면서 소나무와 놀고 노래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소나무와 한 몸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비바람과 눈 서리에 불변하는 저 푸르름을 절개와 지조로 여겼으며, 솔바람 속에서 풍류를 즐기고 소나무를 예찬하며 의지를 다졌다. ‘일송정 푸른 솔’에서, ‘남산 위의 저 소나무’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에서 우리 민족의 아픔을 달래고 역사를 되새기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뇌리에는 항상 소나무의 신령스러운 힘이 존재하고 있다.


철갑을 두른 듯한 강인한 형태, 사시사철 푸른 왕성한 생명력을 지닌 소나무는 어려울 때 고난을 닫고 일어서게 하는 힘을 준다. 무수히 많은 바늘잎 사이로 지나가는 묘한 바람 소리, 울창한 수형 아래 드리운 그늘, 은은한 솔향은 우리의 삶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든다. 소나무는 친숙한 벗이요, 근엄한 스승이면서 자상한 부모와도 같은 존재다. 소나무는 재목의 경제적 효용을 넘어서 문화적 가치가 넘치는 나무다. 소나무를 그린다는 것은 소나무의 문화적 코드에 의탁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도시의 소나무는 대부분이 조경수이다. 잘생긴 수형에 영양상태가 좋은 소나무는 세련된 도시 사람 같다. 원예사가 적당히 가지를 치고 잎을 가다듬어 적당히 바위에 걸친 소나무는 보기에 좋아도 야성적인 맛이 없다. 신상을 걸치고 받침대에 다리를 올리고 팔을 괸 상태로 고개를 돌리며 씩 웃어 보이는 화보 사진처럼 꾸민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 인상은 햇볕에 그을리고 땀을 흘리며 근육을 수고롭게 하는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스러운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바람에 휩싸이고 눈보라에 꺾이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의연하게 자란 소나무, 뒤틀린 줄기와 우악스러운 가지들이 엉켜 만들어내는 형태는 소나무라고 할 수 없는 수형을 지니기도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형은 조형을 넘어 경외를 느낀다.

귀갑(龜甲) 같은 수피와 옹골찬 옹이는 거친 농묵이 알맞다. 죽 벋은 줄기는 시원한 필치가 제격이다. 짙푸른 이끼와 백록의 무늬는 툭툭 찍는 태점으로 처리하는 묘미가 있다. 규룡 같은 가지는 붓을 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농담의 적절한 조화는 구조적인 형태를 원만하게 구성한다. 잎은 짙은 먹으로 빠르게 처리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완급을 조정하면서 리듬을 탄다. 담채는 실수해도 형태를 흩트리지 않는다. 담백한 수묵의 맛은 시원한 솔바람을 닮았다. 쓰윽 쓱 그린 바위가 운치를 더한다. 소나무는 다른 기법보다 수묵화로 그리는 것이 더 멋스럽다.


- 백범영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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