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10월 14일, 무우수 갤러리
불교적 수행의 의미 관객들에 전해
두루마리 한지 앞에서의 서정민 작가.
서정민 한지 작가가 2024 기획 초대전 ‘무한의 선(禪)’을 주제로 9월 1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서울 인사동 무우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서정민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으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신이 바라던 예술가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에 퇴근 이후 무수한 선긋기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독학으로 작업을 해오던 중 예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조선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에서 스승 김유섭을 만나 현대미술에 새로운 시각이 열린 작가는 기존의 풍경을 담은 유화 작품을 선보이다가, 보이는 세계 그 이상을 경험하고자 선(line)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수년 간 연필 선을 긋는 작업만을 고집하던 작가는 우연히 서예와 한지를 사용하며, 현재까지 한지를 재료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지 화가’라는 애칭이 생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불교적 수행의 의미가 있는 선(禪)을 통해 보이는 선(線) 너머 극한의 무한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정민 작1.
한지 작업은 우선 서예가들의 습작 서지를 수집한 후, 우리 고유의 두루마리 기법을 응용해 한지를 말고, 자르고, 붙이고, 쪼개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한지 토막’을 만든다. 만들어진 ‘한지 토막’들의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지의 글들은 형상이 바뀌어 먹빛을 머금은 가느다란 선들만 남는다. 이와 같이 ‘글’이 ‘선’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지점에서 유와 무로 치환하여 화면을 구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 조각들을 콜라주 방법으로 화면 위에 붙이고 쌓는다. 화면 위에 나지막한 부조처럼 쌓인 글과 글들의 집합체는 수많은 무엇(생명체)들이 움직이는 듯한 형상이 되는데, 이는 곧 인간과 자연이 소통으로 하나됨을 의미한다.
서정민 작2.
김웅기 미술평론가는 이번 서 작가의 전시에 대해 “안료가 아닌 한지를 자르고, 말고, 쪼개고, 붙여서 만든 작은 조각들로 꽉 차 있는 거대한 캔버스를 보고 우선 그 시시포스적인 수고에 압도됐다”고 평했다. 실제로 서 작가의 촘촘하고 빽빽한 작품을 보면 이내 절제된 고요에 이르게 되는 느낌을 받는다.
서 작가의 작품은 노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시각적 감동을 전달한다. 작가는 노동이 생존 수단 이전에 신성한 삶의 가치이며, 이러한 숭고함과 수행이 우리의 서당 문화로 대표되는 유가와 도가의 사상과 더불어 종교적 개념과 맞닿은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예술적 재료가 되는 수많은 한지토막은 인고의 과정을 가시적으로 형상화한 선(線)인 동시에 비가시적인 선(禪)이 되는 셈이다.
무우수 갤러리 이연숙 대표는 “서정민 작가가 손끝으로 전달하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현대사회에 불어오는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만 기자
김종만 기자
원문바로가기 김종만 기자 purnakim@naver.com
SNS 기사보내기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구글+(으)로 기사보내기 네이버밴드(으)로 기사보내기 네이버블로그(으)로 기사보내기 핀터레스트(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이메일(으)로 기사보내기 다른 공유 찾기 기사스크랩하기9월 11~10월 14일, 무우수 갤러리
불교적 수행의 의미 관객들에 전해
두루마리 한지 앞에서의 서정민 작가.
서정민 한지 작가가 2024 기획 초대전 ‘무한의 선(禪)’을 주제로 9월 1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서울 인사동 무우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서정민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으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신이 바라던 예술가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에 퇴근 이후 무수한 선긋기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독학으로 작업을 해오던 중 예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조선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에서 스승 김유섭을 만나 현대미술에 새로운 시각이 열린 작가는 기존의 풍경을 담은 유화 작품을 선보이다가, 보이는 세계 그 이상을 경험하고자 선(line)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수년 간 연필 선을 긋는 작업만을 고집하던 작가는 우연히 서예와 한지를 사용하며, 현재까지 한지를 재료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지 화가’라는 애칭이 생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불교적 수행의 의미가 있는 선(禪)을 통해 보이는 선(線) 너머 극한의 무한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정민 작1.한지 작업은 우선 서예가들의 습작 서지를 수집한 후, 우리 고유의 두루마리 기법을 응용해 한지를 말고, 자르고, 붙이고, 쪼개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한지 토막’을 만든다. 만들어진 ‘한지 토막’들의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지의 글들은 형상이 바뀌어 먹빛을 머금은 가느다란 선들만 남는다. 이와 같이 ‘글’이 ‘선’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지점에서 유와 무로 치환하여 화면을 구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 조각들을 콜라주 방법으로 화면 위에 붙이고 쌓는다. 화면 위에 나지막한 부조처럼 쌓인 글과 글들의 집합체는 수많은 무엇(생명체)들이 움직이는 듯한 형상이 되는데, 이는 곧 인간과 자연이 소통으로 하나됨을 의미한다.
서정민 작2.김웅기 미술평론가는 이번 서 작가의 전시에 대해 “안료가 아닌 한지를 자르고, 말고, 쪼개고, 붙여서 만든 작은 조각들로 꽉 차 있는 거대한 캔버스를 보고 우선 그 시시포스적인 수고에 압도됐다”고 평했다. 실제로 서 작가의 촘촘하고 빽빽한 작품을 보면 이내 절제된 고요에 이르게 되는 느낌을 받는다.
서 작가의 작품은 노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시각적 감동을 전달한다. 작가는 노동이 생존 수단 이전에 신성한 삶의 가치이며, 이러한 숭고함과 수행이 우리의 서당 문화로 대표되는 유가와 도가의 사상과 더불어 종교적 개념과 맞닿은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예술적 재료가 되는 수많은 한지토막은 인고의 과정을 가시적으로 형상화한 선(線)인 동시에 비가시적인 선(禪)이 되는 셈이다.
무우수 갤러리 이연숙 대표는 “서정민 작가가 손끝으로 전달하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현대사회에 불어오는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만 기자
원문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