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별밤 보며 상상한 욕망의 카오스
이한수 작가의 신작인 ‘2408 에이리언’. 하늘과 우주에 대해 카오스적 상상력을 표현한 작품이다.
소장화가인 이한수(56) 인천가톨릭대 교수는 낮과 밤의 하늘을 보면서 떠오르는 상상들을 화폭에 담는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흘러가고 검은 밤 노란 별빛 반짝이는 이미지는 아니다. 원색들의 색조가 난만하게 뒤엉킨 바탕화면 위에 세상만물의 에너지와 인간욕망이 분출하는 파동의 움직임과 갖가지 동물의 별자리, 외계인, 인간의 몸 등이 흩어지거나 퍼져가는 그림이다.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지난달 초부터 열리고 있는 이 작가의 개인전 ‘하늘의 구축’에서 기존 사실주의 구상화가나 추상화가와는 결이 다른 회화를 만나게 된다. 그의 근작들은 돌가루 안료와 유화물감, 아크릴 안료 등을 섞어 다채로운 층위에 걸쳐 갈라지면서 교차되고 삼투하는 색면과 색점들이 인상적인 배경으로 전개된다. 이런 바탕 위에 다채롭게 유동하는 하늘의 이미지를 보고 상상한 작가 특유의 이미지가 작품마다 제각기 다른 의미와 이야기를 펼치면서 풀려나온다. 동서양의 도상적 전통을 상징하는 용과 봉황, 죽음과 영원함을 상징하는 해골, 욕망의 이상 위에 새롭게 이질적인 심상 세계를 얹는 상징물인 외계인 같은 하이브리드 생명체들이 구상, 반구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이한수 작가의 2018년 작 ‘1803 용자리(draco) 2’.
기법 측면에서 기억의 의미를 내장한 문신의 ‘새김’이란 요소를 가져왔다. 컴퓨터 커팅 프로그램 작업으로 동물과 인물 등의 투각 문양을 인쇄한 시트지를 하늘과 우주의 색면 화폭 위에 붙인 뒤 물감을 칠하고 다시 떼어내는 기법으로 회화와 판화, 오리지널과 키치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중의적 형식으로 새김과 색칠의 변주를 풀어낸다.
‘하늘의 구축’이란 전시제목은 1784년 가설로 존재했던 천왕성을 실제로 발견한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은하계 형태를 연구하려 한 프로젝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7월8일까지.
한겨레 신문 /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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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별밤 보며 상상한 욕망의 카오스
이한수 작가의 신작인 ‘2408 에이리언’. 하늘과 우주에 대해 카오스적 상상력을 표현한 작품이다.
소장화가인 이한수(56) 인천가톨릭대 교수는 낮과 밤의 하늘을 보면서 떠오르는 상상들을 화폭에 담는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흘러가고 검은 밤 노란 별빛 반짝이는 이미지는 아니다. 원색들의 색조가 난만하게 뒤엉킨 바탕화면 위에 세상만물의 에너지와 인간욕망이 분출하는 파동의 움직임과 갖가지 동물의 별자리, 외계인, 인간의 몸 등이 흩어지거나 퍼져가는 그림이다.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지난달 초부터 열리고 있는 이 작가의 개인전 ‘하늘의 구축’에서 기존 사실주의 구상화가나 추상화가와는 결이 다른 회화를 만나게 된다. 그의 근작들은 돌가루 안료와 유화물감, 아크릴 안료 등을 섞어 다채로운 층위에 걸쳐 갈라지면서 교차되고 삼투하는 색면과 색점들이 인상적인 배경으로 전개된다. 이런 바탕 위에 다채롭게 유동하는 하늘의 이미지를 보고 상상한 작가 특유의 이미지가 작품마다 제각기 다른 의미와 이야기를 펼치면서 풀려나온다. 동서양의 도상적 전통을 상징하는 용과 봉황, 죽음과 영원함을 상징하는 해골, 욕망의 이상 위에 새롭게 이질적인 심상 세계를 얹는 상징물인 외계인 같은 하이브리드 생명체들이 구상, 반구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기법 측면에서 기억의 의미를 내장한 문신의 ‘새김’이란 요소를 가져왔다. 컴퓨터 커팅 프로그램 작업으로 동물과 인물 등의 투각 문양을 인쇄한 시트지를 하늘과 우주의 색면 화폭 위에 붙인 뒤 물감을 칠하고 다시 떼어내는 기법으로 회화와 판화, 오리지널과 키치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중의적 형식으로 새김과 색칠의 변주를 풀어낸다.
‘하늘의 구축’이란 전시제목은 1784년 가설로 존재했던 천왕성을 실제로 발견한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은하계 형태를 연구하려 한 프로젝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7월8일까지.
한겨레 신문 /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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