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전

Joyce Lee     윤주일
2022.3.9~2022.3.29  무우수갤러리 3-4F





세상 밖으로 나온

Fun뻔한 욕망







무우수갤러리 학예실장 양효주



만약 예술의 조건에서 행복의 추구가 강조된다면, 인간의 성희를 그린 춘화* 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사랑을 나눌때의 흥분과 환희는 영락없는 행복감이요 “인간의 원초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휴머니티의 진정성을 보여”** 주는 것이니 말이다. 더불어 우리의 몸을 쾌의 장소이자 매체로 생각하고 다룬다는 점에서 신체미학의 화두로서도 주목받을 만하다.

그러나 춘화의 현실은 소위 제도권의 예술 영역에 당당히 발을 붙이진 못한 형국이다.

물론 미술사의 영역에서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작품은 많았다. 고대 폼페이의 유물에는 성행위를 묘사한 조각들과 성기를 그린 그림들이 많았고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그림과 조각품들이 일상적으로 통용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는 대다수가 에로틱한 함의를 품고 있다.

근대로 들어서는 보다 파격적이다. 앵그르의 <터키탕>에서 본 매끈한 우윳빛 피부의 뒤돌아 앉은 여인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전복된다. 침대 위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관람객을 빤히 쳐다보는 매춘부의 시선은 놀랍도록 당당하다. 여성의 성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은 당대 아카데미 미술계에 큰 충격을 안기며 근대 미술사상 가장 논란이 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보수적인 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했던 조선 시대에서도 에로티시즘이 성행했다. 대표적으로 조선 시대 화원으로 활동했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춘화가 유명하다. 《운우도첩》, 《건곤일회첩》 화폭에 드러난 성희의 묘사는 당대 유교의 도덕개념을 조롱하는 듯 상당히 노골적이고 과감하다. 그림 속 인물들의 다양한 체위 하며 적나라한 성기의 묘사는 물론이거니와 남녀노소, 신분고하, 동성애를 막론한 부적절한 관계의 성행위가 가감 없이 표현되어있다.


이처럼 동서양 할 것 없이 또 시대와 무관하게 누구나 성행위를 하고 즐기면서도 그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춘화는 늘 비밀스럽게 그려지고 비밀스럽게 감상 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미셸 푸코의 지적처럼, “몸과 그것의 쾌의 강렬함에 대한 현실을 옹호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성의 억압이야말로 진정한 감옥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근대 사회가 성을 어둠 속에 머물도록 운명 지어놓았다 해도 –역설적으로- 그 비밀스러움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언제나 성에 관해 말할 운명에 처했다.

이러한 철학적 고찰 속에서 무우수갤러리에서는 임인년 이른 봄을 맞아 <춘화>전을 기획했다. 동년배이고 같은 학교에서 미술교육을 받았으나 섹스와 개성이 다르고 다루는 재료가 다른 두 작가 조이스 리와 윤주일을 초대하여 대부분 사람이 생각은 하지만 결코 밖으론 표현하지 못한 것을 기꺼이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하여 음화로 불리며 숨어서 몰래 보는(봐야만 하는) 춘화의 불명예를 불식시키고자 한다.

사실 아름답다고 동의를 얻은 많은 것들은 이미 존재하는 지식 체계가 만들어내고 각인시킨 학습 효과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미술이라는 실천은 단지 모두에게 알려진 보편적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반복하는 온건한 행위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합법적인 아름다움, 유통 가능한 아름다움에 안주한다는 것은 결국 진정한 창조 행위로부터 완전히 소외됨을 뜻 할테니. 새로움을 창조해내지 못하는 예술가는 이미 존재하는 미술사의 권력을 반복할 따름이고, 그러한 반복이야 말로 비윤리적이지 않은가? ***




조이스 리


조이스 리의 그림 속 나체는 고상을 떨지도 얌전을 떨지도 않는다. 황홀경에 빠진 여인의 몸에서 분수가 터지고 초콜릿 플레이크가 쏟아진다. 어디 그뿐인가, 거울을 앞에 두고 발라당 누운 원더 우먼의 성기에서 힘찬 레이저가 발산된다.

이처럼 조이스의 그림은 성애미술의 페티시즘적 사고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 그의 그림에는 남성의 관음증적인 시선을 받는 수동적인 위치로서 소비되는 여성의 몸이 아니라 성희의 기쁨을 적극적으로 만끽하는 주체적인 여성성이 강조된다. 다시 말해 남성을 위한 성재현 문법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해서 여성의 언어로 여성적 글쓰기를 표방한 엘렌 식수의 전형을 따라 그의 그림이 ‘여성 에로티시즘’을 구축했다고 평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그림에서 주장되는 여성의 자발성에 적극적으로 감화됨에도- 그보단 ‘공평한 에로티시즘’의 실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란히 선 남녀가 서로의 성기에 종이컵 전화기를 대고 교신하는 장면 하며 좌우 진영을 이루며 팽팽히 맞선 복숭아와 바나나가 스리슬쩍 몸을 기대는 모습을 보라. 그의 그림에는 남녀의 시선과 욕망이 동등하게 혼재한다.

나는 이 유쾌하고 발칙한 조이스의 그림을 빗대어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에로스는 긍정화되고 섹시함은 증식되어야 한다! play sex, play life!

이로써 우리는 삶을 더 아름답고 만족스럽게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윤주일


조르주 바타유가 에로티시즘의 본질을 ‘성적 쾌락과 금기의 풀수 없는 엉킴’으로 보았다면, 윤주일의 에로티시즘은 ‘끊임없는 구애와 채워지지 않는 공허의 엉킴’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네온간판에 불이 켜지는 황혼녘의 도시, 그의 망막에 들어온 도시는 화려하게 치장한 여성의 모습으로 상정된다. 자신을 봐달라고 아우성치며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끌지만, 타자와 영원히 합쳐질 수 없기에 여인은 필연적으로 고독하다.

이렇게 고립감과 애착의 문제를 다룬 작가의 예술세계는 그가 선택한 재료와 표현기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여성의 형태를 그리고, 테이프를 붙이고, 시멘트 합성물을 바르고, 테이프를 뜯어내고, 다시 형태를 만들고... 이렇게 벗기고 뜯어내고 다시 덧붙이는 작업의 과정은 타자와의 신체 접촉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적 친밀감의 요구를 차단하고자 하는 행위와도 같다.

타자 속으로 얼른 뛰어 들어가고 싶다가도 돌연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 그 미궁 속에서 자신과의 교차점을 찾아 이리저리 어슬렁거렸을 윤주일의 모습을 상상하노라면 미국의 예술가 앤디 워홀과 워나로위츠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고립감, 우울, 금기된 섹스.... 극복하기 어려운 고독의 원천들로부터 예술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탄생시킨 예술가들.

이들의 독백은 혼자라는 수치스러운 감정에 짓눌릴 때 너도 외롭고 나도 외롭다며 우리를 위로한다.


“지하철을 탄다. 거리를 걷는다. 건물 사이를 지나간다. 지하 바에서 술을 마신다. 건물 속에서 잠을 잔다. 도시와 인간은 점점 융화되어 간다. 그렇게 인간의 모습에 도시가 담긴다. 도시를 담은 인간의 모습은 왜곡되어있다. 왜곡된 인간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그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한다.”(윤주일)

“사람들이 소외감을 덜 느끼게 하고 싶어. 나에게 제일 의미 있는 건 그거야. (...) 내가 당신 몸을 열어서 당신의 피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당신 눈으로 당신의 입술과 내 입술이 영원히 한데 합쳐질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텐데.”(워나로위츠)




* 춘화(春畫)는 인간의 성행위와 관련된 그림을 일컫는다. ‘춘화’ 라는 명칭은 중국에서 시작하여 한국과 일본에서도 같은 의미로 쓴다. 춘화는 ‘春華’ 혹은 ‘春花’ 라고도 하며,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이미지로는 춘심(春心), 춘의(春意), 춘정(春情), 춘흥(春興) 등이 있다. ‘춘(春)’자의 사용은 봄이 가진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겨울을 지나 만물이 소생하고, 온갖 꽃이 만발하며 생동하는 계절이기에 봄 ‘春’자가 붙여졌을 법하다. 기력이 왕성한 젊은 시절을 청춘(靑春)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어대사전에서는 춘화의 ‘춘’에 담긴 자의를 『시경(詩經)』 소남편(召南篇)에 ‘정욕을 품은 여인이 있어 잘생긴 선비가 유혹하네’라는 구절에서 찾는다.

이태호, 『옛사람의 삶과 풍류』, 갤러리현대, 2013, 전시 도록 서문 중에서.

** 위의 글.

*** 백상현,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그림으로 읽는 욕망의 윤리학』, 책세상, 2014, 117~118쪽에서 참고.





Joyce Lee



“당신이 그리는 것은 “섹스(Sex)”가 아니라 “욕망(Desire)”이군요!”


나의 SNS 계정에 달린 댓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이다.

자신의 작품을 저 스스로 정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생각건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저 그려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그리는 경우가 태반일테니 말이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런 와중에 나조차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나의 예술 세계를 꽤나 명쾌하게 짚어준 이 팔로워의 코멘트는 실로 고마운 것이다.

이후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면 내 머릿속에는 마치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책상앞 벽에 붙여진 필승구호처럼 이 문구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리는 욕망은 무엇일까?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쉬는 시간일 때면 학급 친구들이 공책 한 귀퉁이에 야한 그림을 그리며 놀곤했다. 그림 꾀나 그린단 소릴 듣던 나 역시 친구들 따라 공책 맨 뒷장에 나체를 그렸다. 그 나이에 뭘 알고그렸을 리 만무하고 그것은 에로틱하기보단 차라리 순수하고 장난스러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손으로 가려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숨어서 보곤 했다.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결코 들켜선 안 된단 것을.

바로 이것이 내가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흥분했으면 한다. 나아가 더 상상하고 더 적극적으로 욕망하기를 바란다. 

성에 관한 관심과 욕구를 단순히 동물적 본능으로만, 종의 번식을 위한 것으로만 치부할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전인격적 성장에서, 또 인류의 역사와 문화적으로도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 없단사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보다 솔직하게 보다 당당하게!


- 조이스 리 작가노트





윤주일



지하철을 탄다/ 거리를 걷는다/ 건물 사이를 지나간다/ 지하 바에서 술을 마신다/ 건물 속에서 잠을 잔다/ 도시와 인간은 점점 융화되어 간다/ 그렇게 인간의 모습에 도시가 담긴다/ 도시를 담은 인간의 모습은 왜곡되어있다/ 왜곡된 인간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그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한다. (중략)


화려한 겉모습,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 점차 가치를 잃어가는 인간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을 수 없는 욕망....... 도시 안에서 이루어지는, 무엇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이 묘한 느낌에 대해 나는 몰두했다.

도시 속의 건물들, 도로, 간판, 기타 설치물...... 모두 자신을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마치 패션잡지의 모델들이나 거리를 활보하는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의 여성의 모습으로.


이러한 일련의 느낌과 생각을 작업으로 표현하고자 나는 작업의 내용과 형식뿐만이 아니라 맞춤한 재료를 모색했다.

그리고 가장 저렴하고 흔히 볼 수 있는 건축자재, 곧 시멘트, 각목, 합판, 등의 건축 자재를 이용하여 도시의 여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형태를 그리고, 테이프를 붙이고, 시멘트 합성물을 바르고, 테이프를 뜯어내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얻은 결론은 내가 이 지루한 작업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고, 그 과정 속에 내가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테이프를 뜯어 형태를 만들어 내고 드러내듯이 어쩌면 나 자신 스스로를 벗기고 뜯어내고 드러내려는 지도 모르겠다.


- 윤주일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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