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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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2~2022.1.18  무우수갤러리 3-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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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X 토이

일상이 예술이 되다






무우수갤러리 학예실장 양효주



미술과 상품의 경계선

근 몇 년 사이 국내 키덜트(Kidult) 시장이 성행하면서 뉴스에서 아트토이란 단어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제 구매자들은 기존의 토이 매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 장난감을 사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일례로 2013년 서울, 세종문화 회관에서 열린 세계적인 피규어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의 전시 이래로 국내의 아트토이 전시에 관한 관심과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2014년부터 시작 된 행사 “아트 토이 컬쳐”는 매해 문전성시를 이루며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국내 아트토이 작가들의 행보도 나날이 늘고 있다.

태어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은 이 신규문화는 고급문화로 상정되는 ‘미술’과 가지고 놀 수 있는 ‘완구’ 사이의 경계를 없애고 놀이가 되는 미술의 포문을 힘차게 열었다. 



고급미술과 키치미술의 경계선

그런데 사실 고급미술과 키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예술이라는 높디높은 진입장벽을 허물어 버린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제프 쿤스(Jeff koons)가 있다. 소비 자본주의 시대의 추이를 즉각적으로 읽고 이를 미술의 영역에서 누구보다도 탁월하게 반영한 작가로 손꼽히는 그는 <풍선개>와 같이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을 전개하며 단번에 앤디 워홀의 뒤를 잇는 가장 성공한 미술가가 되었다. 

그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성과로 프랑스 명품 루이뷔통과의 콜라보레이션을 들 수 있다. 일명 마스터스 컬렉션이라 불린 이 작업은 가방 중앙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티치아노, 루벤스, 고흐와 같은 거장들의 그림을 넣고 가방의 하단에는 루이뷔통 로고와 그의 이니셜 J.K를 박아 놓음으로써 예술성과 상업성을 결합시켰다. 곧 예술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예술지상주의에 반하여 장르 간의 구분을 없애고 매체 간의 혼합을 꾀한 것이다. 

제프 쿤스와 함께 거론할 또 한 명의 작가는 ‘거리의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영국의 그래피티 미술가 뱅크시이다. 그를 놓고 영국의 정부, 미술계, 대중들은 여전히 뜨겁게 논쟁 중이다. 그의 작품이 담고 있는 시사적인 사안, 체제 전복적인 주제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활동 자체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래피티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규탄하려는 정부의 입장, 미학적 수준의 저하와 권위의 위협으로부터 고급미술의 위상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미술계의 입장,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넓힌다는 뜻에서 그래피티를 환영하는 진보적 미술계의 입장, 그리고 미술을 쉽게 공짜로 즐길 수 있게 된 대중들 간의 입장이 서로 대치되면서 그의 활동을 반사회적 범법행위로 볼 것이냐 아니면 미술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그리고 경계선 너머로

이러한 미술사적 맥락에서 볼 때, 팝-그래피티 아티스트 코마 박준기와 스테츄(statue) 피규어 아티스트 곤브로 강제모의 작품을 별다르게 주목해야 할 이유는 뭘까? 앞서 살펴본 두 작가  -제프 쿤스, 뱅크시- 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소위 시장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미술이란 점에선 자유로울 수 없지만 작가 코마와 곤브로는 자신들의 작업을 통해 ‘일상이 예술이 되는 경험’을 강조한다. 곧 ‘나와 나’, 그리고 ‘나와 타인’과의 ‘소통’과 ‘교감’과 ‘유희’가 중요하다.


“그래피티는 더 이상 낙서가 아닌 예술의 한 장르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일상이 예술이 되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예술이 되고 또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이 된다.”  
-코마 박준기 작가 노트 中 

“이제 역사가 되어버린 엣 사진들이 전해주는 상상 가득한 이야기. 
이는 이따금씩 말로 형용하기 힘든 교감을 불러일으키는데(...)그들의 관점에서는 어떠했을까? 단지 현재 내 관점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곤브로 강제모 작가 노트 中

 

코마 박준기의 그래피티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골칫거리일 뿐이라는 그래피티의 오명을 불식시키고 화려한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로 그의 그림이 있는 곳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뒤바꾸어 놓았다. 흔히 ‘반달리즘(vandalism)으로서 해석되는’ 그래피티가 아닌 일상에서 시민들과 더불어 즐기는 공공미술의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그의 새로운 미디엄으로 선택받은 베어브릭은 팝아티스트로서의 그의 지경을 넓히는 신호탄이 되었다. 일명 성인들의 장난감으로 유명한 베어브릭을 자신의 새로운 캔버스로 삼아 그의 팝 정신을 이어간다. 


“어른들의 장난감 아트토이는 처음 스프레이를 잡았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특별한 장난감을 만들고 싶어서일까?
화려하게 색칠도 해보고 줄줄 흐르듯 지저분하게 낙서도 해보고, 이 모든 행위가 나의 가슴속에 또 다른 에너지를 꿈틀거리게 한다.”  
-코마 박준기 작가 노트 中 


곤브로 강제모의 피규어는 역사적 사실의 증거가 되는 옛 흑백사진을 토대로 하여 실 사이즈 1/16(대략)로 제작됐다. 빛바랜 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받아 몸을 빚고 작가의 상상력이란 숨을 불어 넣었다.

작가의 크고 긴 손가락을 보노라면 어떻게 저런 작은 피규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놀랍기 그지없다. 그의 사실적이고 치밀한 묘사력에 실로 감탄이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에 더욱 눈길이 간다.


“온 마을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호랑이를 잡으러 나서는 가장의 마음,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중노동과 맞물린 어린아이의 찌든 모습,

어깨가 휘어버릴 만큼 커다란 짐을 나르는 지게꾼의 해맑은 미소,

그리고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교차하는 수많은 생각들,

멸종의 시작, 유린된 인권, 안쓰러움, 안타까움…” 

-곤브로 강제모 작가 노트 中


이처럼 실존 인물의 이야기가 녹아든 비쥬얼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피규어는 강제모가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2018년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럭>에서 유관순 열사의 영정을 토대로 진행한 프로젝트 “유관순 열사 피규어”가 있다. 그러나 강제모의 피규어는 -꼭 위인이 아니라도- 일반 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주목했다는 데에 남다른 비범함이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다니엘 핑크는 본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6가지 조건을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의미라고 서술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작가 코마와 곤브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 되는 바이다. 

젊고 트렌디하며 동시에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들의 작품은 참신하고 창의적인 요소를 소비하고자 하는 젊은 소비층의 심리를 탁월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그동안 미술계에서 소외된 대중에게 미술품 소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소수의 부자만이 전유하는 그들의 보물창고, 갤러리. 대중은 그저 이방인에 불과하다.”라는 뱅크시의 회의 찬 말이 ‘드디어’ 유쾌하게 전복된다.









코마 박준기



한때는 사회의 골칫거리이자 없어지고 지워져야 할 취급을 받았던 그래피티.

낙서를 하고 도망치고 또 다른 벽에 낙서를 하고...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다소 반항적인 내  취미는 어느덧 나의 삶이 되었다.


그래피티의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와 강렬한 이미지는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따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스며 든다.

처음 그래피티를 시작했던 압구정 토끼굴은 컴컴하고 지저분하여 기피의 장소였으나 이제는 젊은 층들이 즐겨 찾는 ‘그래피티 성지’로 탈바꿈했다. 웨딩 촬영과 광고촬영지 등으로 이용되며 대중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

그래피티는 더 이상 낙서가 아닌 예술의 한 장르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대규모 전시장에서 전시를 하는 것 뿐아니라 광고, 영상, 패션 등 문화 전반에서 활약한다. 

일상이 예술이 되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예술이 되고 또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되어 간다.


개인적으로 그래피티와 팝아트의 조합은 새로운 나를 만들어 주었다.

어릴 적, 스케치는 잘해놓고 색칠만 하면 망쳐버리는 통에 색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던 나는 

길거리 신호등의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감에 영감을 받아 나의 오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들의 장난감 아트토이는 처음 스프레이를 잡았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특별한 장난감을 만들고 싶어서일까?

화려하게 색칠도 해보고 줄줄 흐르듯 지저분하게 낙서도 해보고, 이 모든 행위가 나의 가슴속에 또 다른 에너지를 꿈틀거리게 한다.


나는 오늘도 신나게 작업을 하면서 평생 팝-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살아가리라 다짐을 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프레이를 들고 오늘도 새로운 곳으로 나의 예술세계를 탐험하러 나선다.


- 코마 박준기 작가노트





곤브로 강제모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 속의 고단함, 그리고 삶.

과거, 현재, 미래.

우리는 언제나 시대의 흐름 속에 놓여 있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공포와 대적하거나, 삶 그 자체를 도구화하기도 하였다.

때로는 산업화의 물결을 따라. 때로는 전쟁의 포화를 따라... 


이제 역사가 되어버린 옛 사진들이 전해주는 상상 가득한 이야기

이는 이따금씩 말로 형용하기 힘든 교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내가 가진 미약한 재주로나마 이를 입체화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욕구로 번지기도 한다.


온 마을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호랑이를 잡으러 나서는 가장의 마음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중노동과 맞물린 어린아이의 찌든 모습

어깨가 휘어버릴 만큼 커다란 짐을 나르는 지게꾼의 해맑은 미소

그리고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교차하는 수많은 생각들

멸종의 시작, 유린당한 인권, 안쓰러움, 안타까움...


그들의 관점에서는 어떠했을까?

단지 현재 내 관점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루하루...


- 곤브로 강제모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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