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 코 개인전

고경일

2021.12.1~12.7  무우수갤러리 3F

일상으로부터 격리되어 내일의 전망과 평범함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의 삶을 위로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한글과 만화를 접목한 아트로 담아내고 싶었다.


586 늦은 나이에 닉네임까지 써가며 이런 무리수(?)를 두는 작업을 선보이는 것은 순전히 80년대 학번으로서 민주화 운동의 정점을 온 몸으로 부딪혀야 했던 한반도의 상황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 번도 팝아트니 현대미술이니 하는 데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작업이 민주화 운동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던 나에게는 안 어울리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배부른 장식이자 수사라고 여겼다. 늘 자유로운 ‘작품’에 대한 갈증은 끊임없이 가슴 안에 가득 고여 있지만, 어떻게 어떤 형식으로 토해 내야 할지 모르고 그저 눈은 떠 있지만 눈을 감고 있는 사람처럼 시간을 보냈다.


우리 사회는 굉장히 빨리 발전하면서 민주화를 이끌어 냈어도, 우리 안의 문화예술의 욕구는 그걸 따라 잡지 못했다. 우리 스스로도 “이웃 나라보다 20년 늦었네”, “10년 늦었네” 할 정도로 자괴감에 빠져 있었고, 21세기에 들어서서 시민들의 권력으로 민주화를 이뤄내고 난 후 우리 안의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빈부격차건 사법 권력, 경제 권력의 탐욕이건 거침없이 표현하고 토론하고 공유하고 공론화했다. 한국의 문화예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성숙도와 함께 우리의 문화예술 역시 숙성되어 왔기 때문에 이뤄낸 성과다.


지아이 코의 작품은 우리를 바라보는 이야기이지만 세상을 비추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낡고 오래된 문화라는 클래식카를 타고 여성이 운전대를 잡고 한반도를 달린다. 제주도를 횡단하고 설악산과 금강산 지리산과 백두산을 쏘다닌다. 우린 너무 우리를 내다 버리고 살았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민족이라는 거대한 담론과 민주화라는 대자적 결핍은 창작자들을 옥죄고 날개를 꺾게 했다.


뭐 신나는 일 없을까? 우리가 일탈을 꿈꿨던 것들을 그려 보고자 한다. 어차피 예술 행위라는 것은 창작자의 결핍에서 시작되어 꿈꾸는 욕망을 드러내는 행위다. 내 욕망이 다소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으면 어떤가! 한글과 올드카, 여성 운전자와 한국의 풍경은 우리를 거대한 담론을 벗어 던지고 개인의 욕망을 꿈꾸는 신나는 일탈의 현장으로 안내할 것이다.



-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스튜디오에서 지아이 코 (고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