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채현 초대개인전  


태초의 녀석들 - KOREAN PRiMiTiViSM


기간 : 2026.09.09-09.28

장소 : 무우수갤러리 / 인사동길 19-2 와담빌딩 3,4F

시간 : 매일 10:00 - 18:00 | 금요일 11:00 - 18:00 무료관람

*전시 마지막날은 오후 12:00까지 관람 가능

 



태초의 녀석들

KOREAN PRiMiTiViSM


우리는 AI 시대의 급격한 번화 속에서 살아가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감각과 본능에 대한 강한 욕구가 남아 있다.

<태초의 녀석들 The Untamed Ones〉은 바로 그 원초적인 생명력에 주목하며, 한국적 프리미티비즘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전시 시리즈 다. 여기 등장하는 존재들은 세련되고 매끄럽게 다듬어진 형상이 아니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 본능적인 생명체, 장난스럽고 엉뚱한 존재들이다. 거칠고 투박한 선, 자유롭게 일그러진 형태, 본능적으로 펼쳐지는 색채 속에서 이들은 문명과 규범에 길들여지기 이전의 생명 력을 드러낸다.

이 전시는 이러한 표현을 미숙함이나 미완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하게 정돈된 형상보다 생성의 에너지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예술의 본질이다. 한국의 민화와 전용미술에 깃든 해학과 자유로운 조형감각, 그리고 현대 작가들의 원초적 표현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적 프리미티비즘이라는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는 20세기 서구 미술이 비서구 문화의 조형물을 낯선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 던 프리미티비즘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 한국적 프리미티비즘은 밖에서 원시성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전통과 감각 속에 이미 존재해온 원초적 생명력을 다시 길어 올리는 데서 출발한다.

오늘날 우리는 효율과 정답을 최우선으로 요구받는 사회를 살아간다. 기술은 실수를 지우고 시스템은 예측 가능한 결과를 요구하지만, 인간 을 살아 있게 하는 힘은 때로 예측할 수 없는 감각과 물완전함, 등에서 빗어나는 상상력에서 나온다. 《태초의 녀석들 The Untamed Ones〉 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바로 그 힘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완벽함보다 생생함이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것, 길들여지지 않은 감각 속 에 오히려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전시가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태초의 녀석들〉의 첫 번째 전시를 오채현의 호랑이 조각과 초기 작품으로 시작하는 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호랑이는 암각화에서 단군신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의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 등장하는 존재다. 두려움의 대상이자 신성한 존재였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때로는 해학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자리 잡았다.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의 삶과 상상 속을 함께해온 호랑이야말로 〈태초의 녀석들〉의 문을 여는 존재로 잘 어울린다. 오채현의 호랑이는 사실적인 재현이나 매끈한 완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거친 표면과 꿈틀거리는 선, 일그러지고 과장된 형상을 통해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성과 본능적인 생명력을 드러낸다. 두려움과 친근함, 신성함과 해학을 함께 품어온 한국의 호랑이는 그의 손에서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원초적 생명체로 다시 태어난다.


오채현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된 형상만이 아니다. 형상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일부다. 깎고, 긁고, 붙이고, 덧대는 손의 움직임과 시간의 흔적을 감추지 않는다. 거친 질감과 선적인 표현은 미완성의 흔적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 서서히 모습을 얻어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그래서 그의 호랑이는 완성된 조각이라기보다 돌과 손, 우연과 시간이 만나 어느 순간 세상 밖으로 불쑥 모습을 드러낸 존재처럼 보인다. 전시장에 모인 호랑이들과 초기 조각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과 몸짓으로 하나의 ‘호랑이숲’을 이룬다. 장난스럽고 엉뚱하면서도 거칠고 생생하다. 이 전시는 전통에서 출발하지만 전통에 머물지 않는다. 매끈한 완성보다 만들어지는 과정의 힘을,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손의 흔적을, 길들여진 형식보다 살아 있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호랑이가 오채현의 손끝에서 새로운 녀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여기에서 〈태초의 녀석들〉의 첫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술사학자 정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