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갤러리 기획초대전



업사이클링 아트

쓸모의 증명



기간 : 2026.03.18-03.30

장소 : 무우수갤러리 / 인사동길 19-2 와담빌딩 3, 4F

시간 : 매일 10:00 - 18:00 무료관람

*전시 마지막날은 오후 12:00까지 관람 가능




 인사말




사람은

생각하고, 흔들리고, 멈추는 존재입니다.


아프면 쉬어야 하고, 실패하면 흩어진 의미를 다시 정렬해야 하며,

방향을 바꾸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죠.

그 시간은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리듬입니다.


현대사회는 그 리듬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습니다.

속도는 미덕이 되고, 멈춤은 결함이 되어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직선적인 세계 속에서

잠시 멈춘 사람은 쉽게 쓸모없는 존재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정말 직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을까요.


삶의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어떤 이는 빠르게 질주하고,

어떤 이는 천천히 우회하며, 또 어떤 이는 멈춰 선 자리에서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성공의 형태 역시 하나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기준에서 빛나는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남이 정해 놓은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합니다.


그러나 삶은 경쟁의 트랙이 아니라 각자가 걸어가는 고유한 길에 가깝습니다.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재단하지 말고, 내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

의미 있는 각자의 삶을 완성해 가길 바랍니다.


정 현 철





작가노트




재활용품을 버리는 날이면 주차장 한켠에는 거대한 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전달했을 이 상자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쓸모 없음』으로 분류되어 폐기될 시간을 기다린다.


편리함과 효율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분류는 사물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고,

그 기준에서 밀려나는 순간 쉽게 배제된다.


어느 순간 나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평생을 나의 유용함을 증명하며 살아왔음에도 그 판단은 언제나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때 비로소 하나의 질문에 도달했다.


대체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존재의 쓸모를 결정하는가.



이 질문 이후 나는 버려진 택배 상자를 모아 자르고 붙이며

『쓸모 있음』을 증명하려 조형물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재료를 재활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쓸모가 규정되는 구조 자체를 재정의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쉽게 버려지는 인생에 대한 저항감과 동질감 속에서 시작된

나의 업사이클링 작업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결을 같이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쉬운 인생은 없고, 그리 대단한 행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쓸모를 끊임없이 만들어간다면

우리는 다시 각자의 삶에서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은 버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