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무우수갤러리 오징어게임

조미화작가 개인전


일시 : 2024.1218 - 0203

장소 : 무우수갤러리 / 인사동길 19-2  와담빌딩 3,4F

시간 : 10:00 - 18:00 / 무료전시



Never Ending Story



인간의 기억은 유한하다.

그러므로 정신적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 역시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점차 기억이 퇴행하는 치매 환자들의 경우에는

가까운 시일의 기억보다 유년기의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

이는 한 사람의 특별한 순간이 감정적 중요성으로 인해

더 깊은 장기 기억 속에 효과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특별한 순간들은 나의 디지털아트 작업 과정과도 겹쳐진다.

이제는 고대인들이 동굴 벽에 그린 그림, 바위에 새긴 그림, 양의 뼈를 가지고 놀던 유목민들의 기억까지 디지털로 남아 가상의 공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다.

천은 오백년, 종이는 천년을 간다는데...

디지털아트는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 파일 속에서 살아 숨쉰다.

 

인간이 ‘놀이’를 기억하는 방식도 디지털아트 작업과 비슷하다.

학교에 갔다 오면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놀았다.

땅거미가 지면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뛰어놀았다.

우리의 어린시절에는 놀이도 참 많았다.

골목길에서 “여기 여기 붙어라” 소리를 지르면 순식간에 아이들이 모였다.

고무줄놀이, 줄넘기, 말타기, 공기놀이, 숨바꼭질, 오징어게임, 땅따먹기...

수없이 많은 놀이를 하며 승부를 가르고, 머리를 맞대 협동하고, 체력을 길렀다.

그 기억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60세가 되던 해, 한 사람을 보내고 빈자리에 우연처럼 그림이 찾아왔다.

디지털 터치팬이 있는 노트북을 산 뒤, 운명처럼 그림을 그리는 어플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사물만 그리다가 고향인 양림동을 그리기 시작했다.

‘양림덕’이라는 예명도 광주 양림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정답게 추억하며 지은 이름이다.

이후 내 안에 깊숙이 박혀 있던 어린 시절의 놀이 기억을 끄집어내 그리기 시작했다.

백여 종류가 넘는 놀이들의 자료를 구하기 위해 서점을 돌아다녔고, 사람을 찾아다녔다.

그랬더니 우연히 과거의 사람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고교시절 집주인, 초등학생 때의 수녀님, 선교사, 같이 지내던 효순이 언니까지...

 

필연은 우연을 가장해 온다더니

그림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과거 소환은 놀이와 사람으로 이어졌다.

사람과 놀이에 대한 기억은 빛을 잃고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생동하며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이 모든 놀이의 기억들은 밤새워 이어지는 우리들의 네버엔딩 스토리다.

아름답지 않은가.

 

작가 조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