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갤러리 Meditation in K-ART 1.

                           


소요유(逍遙遊) : 명상과 예술의 변증법

김정자展 

2024.01.02 - 2024.01.21

무우수갤러리 3, 4F












 나의 회화는 화면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형식에 있어 구상과 추상, 초현실적인 표현 등 하나의 특정 양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일부 재현이 들어오지만 그 속에 나의 다층적 의식이 들어 있다. 대상은 사회적 레퍼런스와 타자화된 개인의 일상이 서로 알레고리적이다. 재료 연구와 더불어 재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으로 한국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화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작업할 때 나의 직관에 의해 구도를 짜고 재료를 준비하여 삶에서 의식하지 못한 밀접한 관계를 화면에서 다루는 것이다. 그동안의 내 삶의 일상을 한 타래씩 풀어 화면에 표현해냈다. 내 그림은 내 삶이다.

내 생활의 동반자들을 등장 시켜 나의 일상을 드러낸다. 


 나는 갈대다.

세상살이의 욕망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이런저런 일에 상처받고 붓을 내려놓겠다 늘 다짐하지만 내 마음엔 작업에 대한 고민으로 삶이 꽉 차 있어 어느새 그림 주제에 빠져 있거나 새로운 구도에 몰두하고 있다.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인지 가슴에 뜨거움이 있으니 열정인 것인지.. 현재의 삶 속에서 주제를 찾고 옛것으로부터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지 늘 생각한다. 바쁜 현대인의 사회적 결핍이 무엇인지 나는 이번 코로나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자아를 보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행복은 어디로 부터 오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 잠겨있었던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야 할 지향점을 향해 가는 과정이 내 삶이다. 항상 흔들리며 가게 될 것이다.



- 김정자 작가, 작가노트 중 일부








소요유(逍遙遊): 명상과 예술의 변증법


Jerry Won (미술이론/서양화, 미술학 박사)

 

김정자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유로이 사유하고 명상하며, 동시에 그 결과물인 작품을 통해 그 사유를 심화한다.

 

의식의 흐름을 타고 등장하는 작가의 일상의 파편들은 각각 그것이 존재하던 문맥에서 해방되어 한 화면에 조형 요소로 배치되어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의 데페이즈망처럼 낯선 문맥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서구 초현실주의자의 데페이즈망이 종종 자아내는 불안, 두려움, 그리고 기괴함과는 달리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의 화면은 평온하고 명상적이며, 때때로 몽환적이고 유희적이다.

 

이는 그녀가 한국화의 형식을 취하고 전통적 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전통 산수화의 배경은 관객의 머리에 대자연에 대한 관조적 태도와 이와 연관되는 특정한 문맥을 형성시킨다. 이는 그 배경이 상징하는 동아시아의 전통적 세계관으로부터 형성된다. 인간의 손이 닿기 전 태고부터 존재했던 우주와 대자연 속에 인간은 그저 보잘것없는 작은 부분이며, 이러한 전통사상 속의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는 서구의 근대에서 두드러진 인간이라는 주체를 중심으로 설정한 대상화되고 통제 가능한 객체로서의 자연과의 관계와는 다른 것이다. 이러한 대자연의 배경에 작게 등장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따라서 전통적 세계관의 틀 안에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작가의 화면에 나타나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를 연상시킨다. 세상의 허튼 근심에서 벗어나 목적을 가지지 않고 노닐면서 훨훨 날아 정신의 절대적 자유를 향유 하려는 작가의 마음을 이를 통해 읽을 수 있다. 이는 모든 사물을 가지런히 하여 대소(大小), 선악(善惡), 미추(美醜)의 구별에서 벗어나 만물을 하나로 보려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을 추구하는 제물론(齊物論)과 함께 장자 사상의 핵심이라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치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홀로 혹은 둘이 멈추어 서서 대자연을 관조하거나 혹은 서로 대화하고 있는 현대인의 형상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 다른 작품에서 전통 가옥의 실내 모습과 열려 있는 문밖으로 보이는 자연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로 현 실생활과 이러한 정신적 세계로 이어지는 관조적, 명상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전통적 자연관으로 이끌어 가는 연결고리인 배경의 자연이 사라진 실내의 풍경에서는 초현실주의적이고 몽환적인 양상이 두드러짐을 볼 수 있다. 부유하는 듯한 사과나 전통적인 테이블, 그리고 여러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의자와 같은 작가와 친숙한 일상적인 소재들은 분명 명암을 포함한 사실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구의 근대적 세계관이 반영된 투시 원근법이 제시하는 구체적 공간체계에 놓여 있지 않아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이러한 대상들이 일상적 문맥에 상관없이, 때로는 색면추상을 연상시키는 색 띠와 더불어 데페이즈망 되어 있으므로 더욱 초현실주의에 가까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명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식이 완전히 침잠해 몰입하기 전에 의식의 흐름을 따라 머리에 무작위로 떠오르는 일련의 사건이나 이미지의 배열을 연상시킨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나비의 꿈>이라는 제목의 연작이 시사하듯 장자의 호접몽과 같이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관심사를 유영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 방식과 태도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는 분명 거리가 멀어 보인다. 평론가 최광진은 이를 작가의 작품이 기존의 사회적 리얼리즘이나 혹은 특정 이데올로기의 전달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차단하는 작가의 예술적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 연구자는 이를 앞서 언급한 장자의 제물론적 관점에서 파악한다. 목적이나 의미에 대한 구별 없이 임의로 배치된 화면 속 일상의 기물과 기억의 파편들은 서구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과 장자의 사상이 이질감 없이 융화되어 있다.

 

작가는 필연적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이를 전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작업을 반추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과정은 다시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에 피드백으로 작용하게 되어 <명상>을 주제로 한 작가의 최근 일련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중 <비움>이라는 최근의 작품 제목이 시사하듯, 이러한 특정한 마음의 자세와 그 실천을 통해 전보다 더 간결한 화면 구조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작가의 침잠한, 평안해진 마음의 상태, 즉 “소요유”를 읽을 수 있다.


- 원영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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