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갤러리 기획초대전 XIV 


고구려, 신화의 시대

: 돌에 그린 고분벽화


2023.12.13 - 12.28 무우수갤러리 3,4F








보석 같은 당신의 세계

 


 

아주 작은 방 한 켠이나 상상에 버거운 광대한 우주를 품에 안고, 

활짝 편 날개 수려한 율동의 깃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려내는 한 필

 

깃의 털엔 세미한 각이 있어 수 없이 지우고 다시 그었어도

정답을 알 수 없고 도달할 수 없는 진리의 어느 한 자락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인내의 끝,

떨리는 손끝의 붓에 소진된 혼신과 굽은 허리의 통증처럼

저 붉은 주작 또한 가슴부터 타오르는 뜨거운 목을 참아낼 때,

화염은 또 날개짓은 인고의 결과로서 과히 경이로운 형체와 감격의 순간이 된다

 

거저 낼 수 없는 광채, 깊은 고통 없이 흉내 낼 수 없는 영혼

 

우르를 떠난 아브라함이 그랬듯 북방의 큰 별은 제2의 고향에서 새로운 광채를 낸다

아아 그 누가 저 당당한 날개짓을 채어갈까

왕의 자리를 탐낸 자의 섣부른 욕심으로 화를 자초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넋을 수호한다지만 영원한 세계로의 안내자라 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그대요 빛나는 별이라

 

초조할 것 없는 기나긴 역사의 길에 묻힌 증거들은

알 수 없는 이끌림의 종자가 핏속에 남아 붓끝으로 올라오는 절로 된 주장

내겐 논리적인 입술이 주어지지 않았음에 탄식이 난다만은

회청 인 아침에 넘쳐나는 영감들이 뒤엉키면 나는 아무것도 정리할 수 없어 혼란해 하다가

이내 붓을 잡고 홀연히 이끌리듯 한 획 한 획 그어나갈 뿐이라

 

자정이 지난 깊은 하늘에 큰 빛 금성과 날 세운 달이 얼굴을 마주할 때

그 먼 시절 화가의 거침없는 붓질로 색색들이 알갱이들이 돌 위에 머문다

황홀한 영화일까, 장편의 소설일까

영으로 만들어진 영원한 세계는 무형체의 보물이라 깊고도 오묘하여

길어지는 문명이 창작의 소산들을 계속도 계속도 낳는다  

 

<고구려, 신화의 시대: 돌에 그린 벽화>  전 문활람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