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갤러리 기획초대전 Ⅻ
알로록 달로록
철없는 코끼리
During the colorful, The Innocent Elephant
2023.11.22-12.3 무우수갤러리 3F
그날 나는 코끼리를 보고 오던 길이었다.
수많은 코끼리의 행렬을 볼 수 있었던 스리랑카의 핀나웰라, 그곳에서 돌아오던 길.
갑자기 세찬 비가 내리며, 세상이 어두워졌다.
2019년 4월, 스리랑카의 저무는 하루는 급 비참한 시간들로 매워지기 시작했다.
테러로 얼룩진 하루,
아무것도 모르는 코끼리들의 여유로움과는 반대로
이곳저곳에서의 테러현장과의 중간에 서있던 나는
사뭇 어정쩡한 철없는 코끼리가 되어버렸다.
해치려는 자와 보호하려는 자 사이의 경계 선상에의 긴장감은
내가 나누어 색을 칠하여 가르고 있는
붉은색과 청색의 경계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절제된 비율, 관념 속의 공간들이 가져다주는 나의 정리된 호흡은 덧칠해지는 붓 자국 속으로
한숨과 함께 사라지곤 한다.
그때 그 시간,
내가 느꼈던 스리랑카의 슬픈 하루, 밝음이 어두움으로 바뀌는 그 순간의 경계,
하염없이 순수해 보였던 코끼리의 몸짓 속으로 나를 숨기고 싶었을 뿐이다.
2023년 개인전을 준비하며, 코끼리의 미소를 회상해 본다.
(핀나웰라 코끼리 고아원(Pinnawela Elephant Orphanage)은 1975년 야생동물 보호국에 의해 남부카나에 있는 마하 오
야강 주변에 25에이커에 달하는 코코넛 수목림 일대에 자리 잡은 코끼리 보육원으로 대부분 병들어 죽거나 버림받은 어
린 코끼리와 밀렵꾼에 의해 상해를 입은 코끼리 약 90여 마리의 보금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