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갤러리 기획 초대전 Ⅹ


하늘 먼저 땅 먼저




2023.10.3 -10. 22 무우수갤러리 3F




하늘 먼저 땅 먼저

천부경 사상으로 풀어 본 그림


새해 겨울부터 바빴다. '마당그림' 연작에 쏠려 겨울을 다 보내더니 봄이 되니까 아시아인문재단에서 신화강좌를 연속으로 8강을 청하여 격주로 출강하며 광주를 다녔다. 이때 첫 강연 주제가 '천부경과 마당굿'이었다. 조선의 마당굿(탈춤 지신밟이 풍물 당고사 장독비나리 등등)이 천부경 사상과 연관이 깊다고 발표했다. 마당문화는 천지신명 고사 의례를 실현하고 있는데 이것이 천부경 삼신사상의 의례였던 것이다. 조선의 의례문화는 내려오는 경전이나 신화텍스트가 있어도 감추고 구비전승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교국가를 자청하던 조선에 와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지신밟이나 장독 비나리는 신화가 없이 의례와 상징만 남았고, 부루단지는 부여의 부루왕 서사가 있었을 텐데 상징만 남아 있다. 마고신화도 마찬가지로 민중의 구비전승으로 기록문화를 피했다. 물론 마고신화는

보도지에서 겨우 전해졌지만, 동학의 좌절과 일제 침략으로 모든 기록물들이 증거 인멸되듯 지워져버렸다.


천부경과 신화예술을 같이 공부하면서 이번 전시에서 망설임 없이 신작으로 작품들을 쏟아냈다. 삼십년 전 학창시절에는 민속문화 공부 덕분에 하던 원형문화 공부가 신화미술관에 단군신화 상징들을 좌정하더니 신화와 상징 공부 덕분에 드디어 천부경까지 왔다. 그렇게 보니 50년 세월을 한국 원형문화 공부로 핍진했다. 이번 전시를 비유하자면 곰삭은 묵은된장으로 밥상 차리기 한 것 같다. 아이 낳고 시집살이하면서 한 살림 살아오며 시어머니에게 장 담그기 김치 양념장 만들기 등 오래된 가문의 요리비법을 익혀 집안 음식맛을 며느리가 전수 받듯이 내 미술의 원형문화공부가 그러하다. 이제 기쁘게 손님 맞이하듯 준비해온 밥상을 차린다. 장맛 깊은 시래기 된장국에 된장무침 나물찬으로 간소한 밥상을 차린다.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우리집 만이 차릴 수 있는 웰빙의 한 밥상은 되리다. 이번에는 유화와 아크릴화로 했다. 東道西器 동서의 만남 같기도 하다. 무우수갤러리와 내가 만났으니 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한 밥상은 되었다. 


간절하고 진중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신화강좌ㅡ'신화의 부활' 도 천부경과 우리 신화의 텍스트임을 주장했고, 오월에 한 김지하 학술문화제 발표에서도 천부경을 한국독립운동과 민주화 마당문화운동의 뿌리임을 보여주었다. 초대형 걸개그림을  그려서 한국학술문화연구원 강당에 걸었었다. (글 아래 사진 참조) 조선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이 마당문예와 고대사상 천부경과 연속되어 있음을 대형 걸개그림으로 창작했다는 보람을 가졌다. 조선 천부경사상과 마당문화는 천부경과 미학사상으로 시작해서 동학으로 완성되었고, 3.1혁명에서 겨레의 정신과 사상투쟁으로 폭발했으니 그 덕분에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제헌의회와 대한민국 헌법에는 3.1정신이 반영되었다. 민족문화부흥이 7,80년대 탈춤부흥운동으로 부활했다. 한국 겨레문화의 이해는 분절되는 해석보다 통시성으로, 단절을 넘는 메타 인지가 필요하다. 천부경사상, 홍익사상, 마당문화예술, 동학, 국학, 한국근현대사, 한국근대문학, 생명문화사상, K문화, K아트를 큰 문화사 흐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족적 원형문화의 힘이 작동하는 겨레와 한국의 기적같은 경제 문화 정치의 성장을 통사적 민족문화의 이해 없이는 해석 할 도리가 없다.

 

천부경은 말한다. 고대 조상들은 오래전에 사람 안에 천지를 모신다고 했다. 無에서 우주가 빅뱅하여 하늘이 열리고, 天에서 지구별이 나오더니 물이 생기고 햇볕을 받으니 뭇생명이 탄생해서 天 地 人(생명)이 열렸다. 하나에서 陰陽 둘이 생기고 둘이 새끼를 쳤다. 3은 합쳐져 6이 되고 6生 7 8 9가 생겨 천지만물이 되었다. 하나는 그냥 하나가 아니라 만물의 근원인 씨앗이다. 셋은 각각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에서 셋이 나온다. 그러나 근본은 無에서 나온 하나다. 太虛의 무로부터 천지인 만물이 탄생하니 수천년전 고대 조상은 0과 1의 이진법을 알았는지 천부경으로 세계운행 원리를 깨우치고 있었다. 허수 0과 실수 1의 2진법 운행원리로 자연의 시작과 끝의 변화를 이해했다. 이미 천부경은 오늘의 컴퓨터의 2진법처럼 우주천지를 해석하고 있었다. 없어지고 생겨나고를 반복하며 

萬往萬來하는 우주의 섭리 자체를 간파한 것이다.


동양 미술미학에서 여백은 그림에서도 해석되고 있었다. 마당예술에서도 마당을 텅빈 천지로 이해하고 천지인 의례로 시작했다. 그림에서 여백의 미는 서양미술에서는 없지만 동양미술 詩書畵에는 여백의 미가 있다. 조선의 예술철학은 천부경의 一始無始一에서 이미 나오고 있었다. 텅 빈 하늘과 만물이 무성한 지구를 만든 순서대로 보았다. 우주의 관점에서 지구를 본 것이다. 그래서 하늘이 그중 첫째라고 했다. 삼일사상, 신명론, 地水火風론, 오행론, 侍天主론, 物我同胞론 등은 모두 천부경의 무, 천, 하나, 삼, 천지인 사상에 뿌리가 있다. 本心本太陽仰明 人中天地一, 여기에는 고대 동이족의 태양숭배사상이 보인다. 빛을 섬기는 의례와 천지를 섬기며 모시는 신심을 본심으로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브리야트나 몽골에 가면 유목민들은 아침 동녘 하늘에 해가 뜰 때 해를 향해 절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도깨비에서도 태양 앙명을 본다. 불처럼 이글거리며 도깨비는 불 지니며 숲에서 나오는 토템신이다. 불을 사용하여 신인간이다. 탈춤에서 인중천지일을 본다. 탈춤을 추며 불림으로 “녹수청산 깊은 골 청룡황룡 꿈 틀어지고~”라고 외치며 추는 춤은 천지의 기운을 한몸에 모아 휘몰아치는 춤이다. 천지의 질서로 인간사회 질서를 다시 조율했던 마당문화가 탈춤이다. 마당문화는 갈등을 마당에서 푸는 것이 아니고 갈등을 천지인 질서를 다시 바로잡아서 이겨놓고 푸는 문예다. 


내가 2008년 강원도 원주에 건립한 <오랜미래신화미술관>에서는 메타 신화의 주제로 다섯 가지를 뽑았다. 창세신화, 여신신화, 마을신화, 토템신화, 건국신화로 아카이브 했다. 처음에는 천부경 사상이 우리 신화와 두루 연관되어 있음을 못 본 체 고조선 단군신화와 연관되어 있는 정도로만 보았다. 그러나 십오 년이 지난 올봄에서야 한국신화의 근원신화로 천부경과 마고신화의 연관성을 직관하며 해석하게 되었다. 이를 해석하지 못하면 고대 겨레문화의 핵심을 놓쳐버림을 알았다. 왜 우리 겨레는 영웅서사 신화가 없이 수리철학과 같은 짧은 경전 하나만 전해질까? 우리 창세신화도 여신에게서 인간이 탄생하기는 한다. 여호와신은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낸다. 그러나 마고신화에서는 자손이 마고에게 사죄하고 그냥 떠나겠다고 하여 이별한다. 마고신화는 인간을 흙으로 빚고 숨을 불어 넣어 창조하지 않고 마고는 자손을 낳은 어머니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地乳 만 먹지 않고 단 포도를 먹어 땅이 주는 욕망을 못 참고 천지를 내려간다. 새로 세운 나라는 채집유목족의 나라이니 국경이 따로 없었다. 사슴 야크 양 염소 말 등 짐승이 가는대로 따라가는 유목생활을 했다. 국경을 만들어 땅을 인간이 소유하고 지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땅은 하늘에서 나왔으니 인간의 사심이 생기기 전 천지공심이었다. 그 비밀의 의례가 조선의 마당문화로도 전해지고 있었다. ‘마당’은 반드시 텅 빈 천지와 조상의 넋(생명의 넋)을 모시는 秘儀로, 천지신명을 모셨으니 이것이 三神이다. 마당문화는 천부경과 천지인 의례와

歌舞樂詩書畫가 천부경처럼 하나로 통하는 예술이었다. 샤만이 의례와 예술과 점사를 함께 했던 것과 같이 동이족 문화는 대동소이한 샤마니즘 문화권이다. 이점은  다음번 책 '신화의 부활’에서 더 자세히 밝히겠다.     

물론 천부경은 우리의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대종교나 신라 최치원의 기록에도 나오고 부도지, 삼일신고 등에서 보았지만 나는 81자의 짧은 경전 해석에만 의존하며 문화로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민족사상의 원류로도 애써 파악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 만주벌판 독립군들이 가장 믿고 따랐던 사상도 천부경이다. 나철과 홍범도가 독립군의 사상으로 천부경을 보급하려고 자금을 모아 제작 배포했던 것도 천부경이다. 초기 독립군들은 대부분이 천부경 사상과 고조선 건국신화를 믿음처럼 가슴에 지녔다고 하니 고대사상의 뿌리로부터 독립국 정신을 세우려 했던 것이었다. 나라의 비젼을 死卽生의 전선에서 천부경으로 세웠으니 제국들과 다른 간절한 국가관을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류는 서방 제국이 세운 국가주의와 다르고, 서구식 민주주의가 국가모형이 아닌 나라모형이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 보편성에서 배우되 수용하며 극복하여 새 나라 상을 만드는 꿈이 궁극에 이르러 동학혁명과 3.1혁명이후 확고해졌다. 우리가 바라는 독립국의 비젼은 궁극의 나라다.


고조선시대 천부경사상은 고조선이 쇠망하고 주, 진, 한, 당으로 철기국가들이 성하고 한반도에도 삼국이 전쟁으로 국토전쟁을 하면서 본색의 빛을 잃었었다. 은나라에서 河圖洛書와 五行으로 국토를 관리하려 하니 고조선에선 이를 걱정하여 ‘오행의 변’이 일어났다고 하였단다. 황제의 지배 사상으로 천부경을 이용한 흔적이 보인다. 땅을 중앙에 두고 火水木金을 四方位로 하고 土를 중앙으로 하는 사상과 오행을 만들었다. 중앙의 땅을 차지한 자가 以內制外之理라 해서, 가운데가 밖을 힘으로 사방을 제압하는 형국을 국토관으로 세웠다. 훗날 주나라에 와서 주역으로 오행의 변을 일으켜 황제가 중심이 되는 中華觀이 뚜렷이 자리잡는다. 로마황제 카이자르가 유럽을 무력으로 제압하며 캘트족을 스코트랜드 아일랜드로 쫓아냈듯이 주나라, 한 당 시대에 와서 중화주의가 굳혀졌다. 무력에의한 땅과 사람의 지배를 정당화시키는 전쟁사관이 왕도가 되었다. 영토 욕망으로 권력자의 전쟁역사가 당연시하게 되는 철기문명은 오늘날까지 이어온 것이다. 인류전쟁사가 오늘날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만악의 근원이었음을 상기해보면, 지금 지구의 환경위기는 고대 철기시대 인류가 땅의 지배욕에서부터 시작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마당그림과 신화와 천부경을 같이 공부하면서 나로선 놀라운 발견을 했다. 마당그림을 그리면서 천지인 삼일사상이 마당문화에 있구나! 자각하게 되었다. 탈판를 펼치면 시작을 탈고사로 하며 천지신명을 고사로 부르게 된다. 이것은 천부경의 천지인 맞이다. 의례와 경전(사상)이 만난 곳이 마당문화였다. 조선의 마당문화는 內外之理가 분리되지 않고, 없는 것과 있는 것이 一始無始로 하나로 통하는 영성문화이다. 聖俗이 一如하고 色卽是空이고 空卽是色이며, 終始가 순환한다. 천부경이 一始無始一

(하나는 무에서 시작되었다) 로 시작해서 一綜無終一(하나는 끝이 없는 하나다) 로 끝나듯 마당문화는 이를 천지인 삼신의 請神 娛神 送神의 一始無始一의례를 펼쳤다. 탈춤에서는 처음에 하는 탈고사가 청신이고, 탈놀이가 오신이고, 마지막 마당의 미얄 죽음 장례가 천지인의 송신이다. 一終無終一, 결국 사상과 의례와 예술은 본래 하나임을 마당문화는 말하고 있다. 있는 것과 없는 것, 나와 천지를 하나로보는 것이 영성문화다. 추사는 시서화에서 결국 셋이 하나로 통하는 영성문화를  학예일치라고 하였다. 인문과 예술, 이성과 감성은 영성 속에서 하나가 된 것이 마당문화이다.  


천부경은 끝이 없는 하나에서 만사가 시작한다고 하면서 하늘도 땅도 사람(생명)도 둘(음양)로 나뉘며 둘에서 다시 하나가 더 생겨 셋이 되었다고 말한다. 남녀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듯이 만물은 새끼를 치며 번식한다. 하나는 둘이 되기까지 胞胎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셋은 봄의 시작이며 대지는 생기를 찾았다. 다시 하나가 나와서 넷이 되고 또 하나가 생기며 5로 마침내 작은 완성수 입체적인 현실이 된다. 이제 대지는 실록이 완연하다. 삼이 합쳐져 大三合六, 만물이 생육번성하니 계절은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다. 후덥던 날들은 바람과 빗물과 빛을 흠뻑 머금더니 하늘은 더 높아지고 땅은 바람으로 푸석해지고 씨는 열매 속에서 익고 땅은 씨를 품었다. 이번 전시는 이 땅 4계절의 서사를 그렸다. 사계가 뚜렷한 한반도 땅은 천지인의 변화가 확연하여 천부경이 나올 토양을 잘 갖추었다. 음양의 2수는 안정수이지만 3의 역동수는 자연의 변화를 이끄는 수다. 내가 사는 강원도 산촌 풍경도 사계가 뚜렷하다. 계절 변화와 생사의 변화를 고대 조상들은 직관하면서 천부경사상을 만든 것이다.  


천부경에서는 하늘이 첫 번째 하나라 했다. 땅이 두 번째 하나이고 사람 생명이 세 번째 하나다. 이 순서는 반드시 지켜진다. 하늘 우주가 으뜸이다. 無盡本, 없음에서 하나가 나니 하늘은 다함이 없다. 하나는 근본이 시작한다.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자꾸만 삼이 나오는데 음양이 만든 가운데 중이 삼이다. 삼은 中庸으로 적절함이고, 맞춤이고, 모두다. 삼은 생명의 역동수다. 정반합에서는 합이다. 삼을 생명의 생수로 보는 동아시아 동이족은 삼을 神聖數로 본다. 一積十鉅, 하나가 쌓이고 쌓여 드디어 십이 되니 영원한 무한대 그랜드 크로스다. 無匱化三, 생명의 생육 번성은 똑같은 모양 없고 틀도 없이 변화한다. 3이 있어서 지구의 질서는 지배적 안정수를 깨버리고 변화하는 無常의 역동수 신의 질서로 大三合 生七八九가 나온 것이다. 지구에 달이 있고 지구 지축이 기울어져 계절이 뚜렷한 지구가 되었다.


本心本太陽仰明, 본 마음은 태양을 우러러 하늘을 모신다. 人中天地一, 사람은 천지를 모신다. 동학의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가 여기서 나온다. 하늘의 조화인 천이삼의 질서가 정하는 대로 만사가 이루어지니 영원세세 잊지말자. 겨레의 마음에는 고대부터 천지인을 모시니 事人如天이다. 최시형의 사인여천이 인중천지일이다. 사냥이 곧 제사였던 원시 시절부터 생명을 잡아먹는 것이 하늘을 모시는 일이었다. 마당에서 둥굴게 모여 向我設位(나를 향해 제사를 지냄) 제사를 하는 것도 인중천지일 세계관의 의례다. 아주 오래된 사냥이 곧 제사인 것도 以天食天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천지인은 하나라는 사상에서 왔다. 地水火風, 생명이 천지를 연결한 물을 나눠 먹으면서 순환하며 생명은 연결된다. 물이 없다면 생명도 없고 순환도 없다. <먹고 사는 게ㅡ이천식천>을 유화 50호로 그려보았다.


조선의 마당문화는 오직 천신에게 복종하고 내세에 천당과 지옥으로 가는 믿음이 아니다. 천지인이 하나로 연결되어 현세에서 조화를 이루며 사는 문화다. 지금 여기에서 생명을 찬미하고 하늘 아래 우리가 됨을 기뻐하며 사는 삶을 이상사회로 보았다. 평범한 일상이 지상천국이다. 천부경의 세계관은 생명이 유한해서 사라지지만 다시 나와 끝없는 순환, 생명 질서를 하늘의 진리로 보았다. 천.지.인 위계가 분명하고 없음과 있음의 無有相從의 세계관이다. 한국인 신관은 천지인이 하나이면서 삼인 삼신이다. 삼은 하나이기에 신성수인 것을 천부경은 강조한다. 하나는 둘이 되고 삼이 있어서 끊임이 없는 하나로 세계를 보았다. 81자 천부경은 3이 조화로운 세상을 강조한다. 철기시대 세계적인 종교가 유일신과 인격신을 숭배하고 지배의 질서 안정수를 목표로 본 이원론으로 거의 모든 철기시대 인류가 세계를 볼 적에 일원론으로, 하나에서 둘 셋으로의 변화를 철학의 이치로 세상을 보았다. 


나는 이번 그림들은 천부경적 마당문화정신으로 그렸다. 마당문화가 천부경사상의 의례문화에서 왔음도 주목했다. 사계절 한국의 산천풍경은 천부경 순환역의 이치와 맞았고, 마당굿과 탈춤은 천지인의 의례로 시작한 신인간 놀이였음도 알았다. 7,80년대 마당문화운동에서 놓쳐 온 영성을 다시 주목했다. 보이는 탈춤에 주로 주목하면서 보이지 않는 영성보다 리얼한 세계에 주목했다. 영성문화를 등한시 했다. 겨레의 영성은 무엇인가. 천부경 동학 마당문예를 보면 안다. 첫째는 하늘이요 둘째가 땅 지구이며 셋째는 인간이고 생명이다. 따라서 천지에서 나온 인간과 생명을 神異하게 보았다. 천지인을 신이하게 모시지 못하는 인간만의 세계는 하늘에 벌을 받는다. 천벌을 받는다. 지금 21세기는 아주 똑똑한 생명이고 독종인 인류만 살아남으려는지 人類世가 와서 천의 으뜸을 무시하고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되었다. 지구를 망가뜨릴 작정인가. 인류세기에는 자원고갈과 기후위기에 책임 있는 인류가 지구를 위기에서 구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인류세는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다. 인류세는 환경훼손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의 시대다. 생물다양성의 균형이 무너지고 생물의 대량전멸(Biological mass annihilation)이 온 것이다.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내가 보기에는 지구는 감히 맞서 싸울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달래도 보고 빌어도 될까 말까 하다. 천, 지, 인의 순서를 무시한 결과다.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에 이은 것이 인류세라는 듣도 보도 못한 지질시대를 맞고 말았다.


천부경을 다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지구위기를 당하는 인류세기에 오니 더 절실하다. 우주 창조의 순서가 천이 첫째이고 지가 둘째이고 생물(인간)이 셋째라고 천부경은 분명히 말했음에도 그 순서와 지위를 거역한 인간이 지구를 망하게 하고 있다. 인류로 인해 망해가는 기후위기에 지구 자연 훼손의 시대가 홍적세를 지난 인류세다. 고대 신석기 마고신화시대, 청동기 시대 환인 환웅이 내놓은 세계관, 생명의 사회적 公心, 천지를 먼저 섬기는 것이 지금처럼 절실한 때가 없다. 이로써 한국의 천부경사상과 마당문화에서 세계 신인류는 세계관과 문화관를 처음처럼 배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한류 문화를 세계 청년들이 좋아하는 것도 한류에 천지공심이 있어 그런 거 같다. 한류에는 현대문명을 넘어서려는 초국가적인 사회적 공공성과 천지공심의 정신문화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한류의 천지공심은 앞으로 더 연구할 과제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우리가 지금 격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인류는 무너져 내리는 구질서와 새로 부상하는 새 시대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첨단 기술은 우리의 공간 및 시간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새로운 인식의 시야는 이전의 어떤 것보다 훨씬 넓고 세계적이다. 지금 인간의 활동이 경제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과거의 한계를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세계를 수용하기에는 기존의 체제가 너무 갑갑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각기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다양하게 표출하며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며 서로서로 인정하고 삶을 살려 나가는 생명의 문화다. 생명의 문화는 시장과 정부 사이에 위치한 시민사회 영역이다. 문화가 시장과 정부보다 앞선다고 강조한다. 그런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류 문화 역시 세계시민문화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류가 더 깊고 더 넓은 자기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서도 K아트가 더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천부경은 결론적으로 “하늘 먼저 땅 먼저다”를 말하고 있다. 인류세에는 시장과 정부보다 새로 출현하는 시민사회가 지구촌을 구하는 문화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시장과 정부에게만 맡길 수 없게 이미 망가지고 있는 천지인 생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의 시민사회는 공감과 소통의 문화예술로 지구 구하기가 행동으로 나오고 있다. 지구촌 시민사회에서 나도 티끌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지만 K아트로나마 책임 있는 한몫을 하련다. 그리고 생명이 끝나는 날이 되면 지수화풍에 실려 천지간 어디라도 흘러가리라.





김봉준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