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초대전




2022.10.21 - 10.31  무우수갤러리 3, 4F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원더우먼, 헐크… 저마다 다른 치트키를 갖고 있는 이 슈퍼 영웅들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화면을 가득 매우는 간판스타이자 서구 대중만화의 아이콘이 된지 오래다. 흥미로 운 점은 미군과 함께 헐리우드의 영화들이 상륙한 나라들에게서는 여지없이 슈퍼영웅들이 대접을 받는다 는 사실이다. 

어린이, 여성, 노인 등 백인에 의해 선택된 사회적 약자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나 악당을 물 리 치고 구해주는 슈퍼영웅!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면 좋겠다는 독자들의 바람을 투영해 자신이 영웅이 된 것만 같은 느낌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지게 된다.

관람객들은 슈퍼영웅을 자신과 일치화시키는데 거리낌이 없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위기 상황만 닥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영웅으로 변신할 때 아찔한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이 아 찔함은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허구다. 영화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허구의 전염성은 놀라울 정도로 무섭다. 자신과 죽자 살자 싸우다가 원자탄까지 맞아 폭망한 국가이건,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에 희 생량이 되었던 식민지 국민이건, 이 아찔한 가상의 허구에 빠지면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비상식인지 조 차 가늠하지 못한다.

슈퍼 영웅의 원조는 단연 슈퍼맨으로, 근육질의 강인한 몸과 탄탄한 멘탈을 가진 이 캐릭터는 강한 남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강인한 사람을 일컬을 때 ‘슈퍼맨 같다’라고 하지 않는가! 7-80년대 한국의 골목길에서는 슈퍼맨을 상징하는 빨간 망토를 흉내내서 집안의 빨간색 보자기 수건 등을 목에 두르고 담 벼락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속출해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언제나 파워풀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강한 인상 을 가진 사람을 일컬을 때 우리는 ‘슈퍼맨’이라고 수식어를 붙이지 배트맨이나 헐크 같다고 말하지 않는다. 1938년에 나온 ‘액션 코믹스’ 창간호란에 슈퍼맨이 등장했지만, 슈퍼히어로의 대명사이자 강한 사람을 지칭하는 어휘로 굳어지기 시작한건 2차세계대전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와 영국이 수세에 몰려 러브콜을 수 차례 보내자 마지못해 참전한 미국은 단번에 세계대전을 정리하고 패권국가로 성장하는 단초를 마련했다. 마치 슈퍼맨처럼. 만화를 보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힘이 강한지 태양계를 부수거나 행성들을 구슬 꿰듯이 꿰어서 끌고 다니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2차대전 이후의 미국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맨처럼 막강한 힘(무력)과 강인한 체력(달러)으로 전 세계를 자기 놀이터처럼 만들고,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간섭하면서 힘을 발휘하게 된 것도 이 시절 부터다.

미국의 슈퍼 영웅이 평범한 밥아저씨로 살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건 1975년 베트남전 패전 이후다. 베트남전에서 역대급 폭탄을 퍼부어 한 나라의 경제 기반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전국토를 전투지 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슈퍼맨같은 미국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911테러가 일어나기 전까 지 미국의 이러한 자국중심주의 사고는 흔들리지 안았다는 것이다. 미국 보수 개신교가 표방한 ‘신이 간택 해 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이데올로기는 민주당이든 공화든이든 가리지 않고 전염병처럼 번져 버 렸다. 이제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따라 다니는 수식어가 ‘세계의 경찰’이다.

2008년,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 2기 후반기는 ‘세계의 경찰’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일으켜 아프가니스 탄과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죄 없는 민간인들과 자국의 군인들만 수천, 수만명이 죽어 나가면서 전쟁의 소 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댔다. ‘테러리즘으로부터 미국과 세계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사명을 내걸고 무력과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끝이 안보이자 미국인들은 자문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우리가 세계의 경찰이라지만 이렇게 피 흘리고 달러를 퍼부으면서 아프칸과 이라크의 자유를 찾아 주는게 맞나? 앞으로도 얼마나 세계 의 질서를 잡기 위해 우리 자식들을 희생시켜야 하나? 라는 질문은 부시대통령이 집권하는 8년내내 이어 졌다. 

폭력과 침공으로 얻어낸 자유, 수백건의 토네이도와 태풍 발생으로 위기에 몰린 지구환경을 구할 수 있는 존재가 오직 백인 남성이라는 등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2차세계대전이래 미국이라는 세계의 경찰이 강력 하게 지구촌을 리드해 왔지만, 양성평등문제, 흑백갈등과 흑인 차별문제 등 다양한 계층과 계급의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백인 남성 한명에게 힘을 몰아주서 세계의 질 서를 잡는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하고 올드한지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백인 뿐만이 아니고 블랙팬서와 같은 캐릭터와 여성의 역할이 더 커지면서, 다양한 출신으로 이루어진 ‘어벤져스’가 대안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미래를 전망할 수 없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배타성과 획일화된 집단주의가 고개를 들지만, 무 엇보다 소중한 것은 포용성과 다양성의 이해다. 소외되었던 여성, 장애인, 다문화가정 사람들을 수용하고 적극 연대 해야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슈퍼맨의 타고난 강한 전투능력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남을 돕는 이 타적 존재로서의 슈퍼영웅은 시들해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슈퍼맨=올드맨 이라는 등식이 세워질 정 도로 남을 위해 타국을 위해 이데올로기를 위해 힘을 쓰는 것은 이제 비상식적인 일이 됐다. 어쩌면 지구촌 의 한 나라에 불가한 미국이 예전처럼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뜻도 되지않을까 싶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한번 위기에 빠졌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 를 위해 필요한 물자와 무기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다시 한번 베트남이나 중동에서의 테러와의 전쟁과 같 은 진흙탕에 직접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미국 통신사 AP가 여론조사기관 NORC와 공동으로 실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 사의 결과는 흥미롭다. 미국인 응답자 중 40%는 “미국은 러-우크라 전쟁에서 적극적 역할(major role)을 해야한다”고 답했지만, 46%는 “소극적 역할(minor role)에 머물러야 한다”고 응답했다. “아무런 역할도 하 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자도 13%나 됐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지 원을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응답이 62%에 이른다. 미국인들은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소극 적’이고 ‘제한적’으로 돕고자 한다. 이제 슈퍼맨은 늙었다. 

영화제작자 출신 작가 매트 모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세 가지 우정론’을 통해 배트맨의 인간관계를 분 석한 글에서 영웅의 관계맺기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프로타고니스트 배트맨은 조력자인 로빈, 조력자에 서 흑화되어 배신하는 하비덴트, 늘 곁에서 보필하는 멘토 알프레드 등과 조력관게에 있지만, 이는 필요해 의해 유지되는 ‘유용한 관계’ 일뿐이다. 물론 기쁨도 나누는 ‘쾌락의 관계’도 맞다. 문제는 딱 거기 까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완전한 ‘미덕의 우정 관계’에는 이르지 못한다.

베트맨이든 슈퍼맨이든 관계가 완전한 우정에 도달하려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상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하나, 프로타고니스트가 슈퍼영웅으로 존재하게 되면 그 외의 친구들은 조력자나 조연일 뿐 서열 이 없는 동등한 관계로 존재할 수 없다. 이미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다는 일본이나 한국, 필리핀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들도 슈퍼영웅의 조연으로 머물러 있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국제관계의 균형은 깨지기 시작했다. 이제 미국의 백인중심의 슈퍼영웅들은 올드하고 쿨하지도 못하다. 이제는 여성들에게 흑인들에 게, 성소수자들에게, 차별받는 모든 사람들이 슈퍼맨이고 원더우먼이고 스파이더맨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기존의 슈퍼영웅의 이미지가 예전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캔버스에 올드한 슈퍼맨을 그릴 것이다. 텔레비젼 앞에 홀로 앉아 외롭게 노년을 보내는 할아버지 베트맨 의 담배 연기는 무대위의 배우처럼 살아온 빛나던 청춘의 회환을 담고 있다. 원더우먼이 리드해서 슈퍼맨 을 유혹하고 베트맨의 마초적인 유니폼을 벗겨내고 강력한 키스를 쏟아 부을 것이다. 이제 더이상 집안에 갇혀 가사 노동으로 감옥살이를 하던 여성은 없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인정받고 똑같이 싸우는 원더우 먼으로 화면에 등장할 것이다. 힘의 균형이 깨진 그 틈 사이로 흑인영웅이 나올 것이고 한반도의 영웅이 등 장할 것이다. 폭력과 무력으로 전세계를 휘어잡던 맹주의 이빨이 빠진 세상에서 더욱 다양하고 다채로운 소소한 영웅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G.I KO 고경일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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